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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황찬란한 이미지 제출”… ‘잠수교 보행화 사업’ 기획디자인공모 실효성 논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4.13

39회

작년 기획 디자인 공모로 5개 당선작 선정… 대부분 건축사 

이들 대상 ‘설계 공모’ 진행, 심사 후 5월 실시설계권 부여

토목구조기술사회 “당선작, 교량·이용자 안전 취약해 보여”

서울시 “5개 당선작은 장기안, 현실적인 설계안 고민 할 것”

 

▲ 잠수교 전면 보행화 기획 디자인 공모 당선작 5개 중 하나의 디자인(출처, 서울시)              ©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 조영관 기자] ‘예술적 디자인’이 우선일까, 구조물의 ‘설계 안정성’이 먼저일까.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잠수교 전면 보행화 사업’에 대한 기술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앞선 ‘기획디자인 공모’에서 5개 당선작을 선정해 이들을 대상으로 설계공모를 진행 중인데 기술사들이 “교량과 이용자의 안전이 취약해 보인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기획 디자인 공모는 장기적인 기획 아이디어 접수 취지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기술사들이 당선작의 그림(다자인)만 보고 사업 타당성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잠수교 전면 보행화 사업’은 서울시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잠수교를 한강 최초의 차 없는 보행전용 다리로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오는 2026년 준공 목표다. 200억여 원이 투입된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해 7~8월 ‘잠수교 전면 보행화 기획 디자인 공모’를 진행했고, 국내·외 총 92개 작품을 접수했다. 현재 당선작 5개 팀을 대상으로 5월 10일까지 설계공모를 진행 중이다. 최종 1개 팀에 실시설계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5개 팀은 대부분 건축사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토목구조기술사’들은 ‘잠수교 전면 보행화 사업’ 5개 당선작에 대한 ‘구조 안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는 최근 서울시에 ‘교량설계전문가가 배제된 잠수교 전면 보행화의 전문 재검토 요구’ 공문을 두 차례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사회는 “5개의 안은 모두 잠수교와 반포대교 상부 및 하부, 기초에 하중이 추가로 더해지는 만큼 그 규모에 따라 교량 보강이 필요할 수 있고, 어떤 안은 시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40년이 넘게 물속에 있는 교량 기초의 건전성 파악이 필요하고, 특히 잠수교는 매년 홍수로 잠기는 만큼 구조 설계를 평가할 수 있는 토목구조, 토질 및 기초, 수자원, 안전진단 분야 등 ‘교량설계전문가’들이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5개 당선작은 구조 설계 안정성보다는 ‘디자인 위주’의 실현 불가능한 과도한 안으로 보인다는 것이 기술사들의 주장이다. 특히 토목구조기술사회는 설계공모 ‘심사위원회’ 구성도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5개 안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 차원에서 선정된 것일 뿐 확정된 안이 아니다”며 “설계 공모 및 실제 설계과정을 통해 창의적이면서도 실현가능한 설계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1일 본지 통화에서 “당초 기획디자인 공모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로 진행한 것이고,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에게 설계 공모 참여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공모 결과물을 받아보니 장기적인 안으로 휘황찬란한 이미지를 제출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설계공모 심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교량 유지관리 등 최대한 구조변경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제안하도록 운영위원회에서 논의·결정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잠수교 전면 보행화 사업’ 논란의 핵심은 ‘기획디자인 공모’ 5개 당선작에 대한 설계공모 후 이들 중 1개 당선작에 과연 ‘실시설계권’을 부여할 수 있느냐는 점으로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이번 사업은 단기·장기로 나눠서 추진하는 것으로 제시됐고, 접수된 그림 이미지만 보면 장기 안으로 그림(디자인)을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개 당선작의) 디자인 상 그림만 보면 우리가 봐도 좀 과하게 제안이 됐다. 반포대교를 (구조를) 건드려야 되고, 한강 상에 굉장한 구조물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제안이 들어온 것은 우리가 볼 때 장기 안으로 그림을 제안해 좀 과하게 보이는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5개 당선작의 그림(디자인)을 봤을 때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이미지는 맞는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기획 아이디어 공모 시 ‘운영 방안과 콘텐츠 및 공간·시설계획은 단기·중장기사업으로 구분해 단계적으로 제안해야 하며 단기사업은 2026년 4월내 준공을 완료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5개 당선작에는 ‘장기적인 디자인 안’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사들이 제기하고 있는 우려와도 맞닿는 부분이다. ‘기획디자인 공모’의 작품 선정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이번 논란의 핵심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획 디자인 공모에서 뽑았던 그림(디자인) 자체대로 우리가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며 “그림(디자인) 말고도 들어가는 콘텐츠 부분들이 기존 잠수교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면 좋겠느냐는 아이디어인지 아닌지의 내용을 보고 당선작을 선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설계공모에서는 현실적인 설계안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5개 팀에 대한 ‘설계 공모’ 최종 당선작을 5월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선정작을 대상으로 잠수교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수행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를 정할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5개 팀에는 보상금이 차등 없이 지급된다.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5개 당선작에 대한 설계 공모 후 만약 실시설계권 부여 안을 선정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앞선 기획디자인 공모는 예산만 낭비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조영관 기자

 


 

☞ ‘기획디자인 공모’는?

서울시는 혁신적인 공공건축 사업방식이라며 ‘기획디자인 공모’를 지난해 도입했다. 시민 삶의 질과 도시 품격을 높이고 사회·문화·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취지다. 전문가로부터 아이디어와 그에 따른 공사비, 공법 등을 제안받고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반영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정하는 구조다. 이후 기획디자인 공모 입상자를 대상으로 설계공모를 진행하게 된다.

 

원문출처 : [매일건설신문][2024-04-12 12:56:00] http://mcnews.co.kr/sub_read.html?uid=80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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